'GNU'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6.11.17 리차드 스톨만과 5천원 6


오늘과 내일 이틀에 걸쳐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국제 보안 컨퍼런스인 POC2006(Power of Community) 세미나에 참관하게 되었다. 회사에서 가깝기도 하고 회사업무와 관련된 세션이 많아서 현장 등록후 세미나를 듣기 시작했는데, 참으로 안타깝고도 나로서는 이해가 안되는 일이 발생하였다.

오늘날 리눅스가 있게 하고 GNU, FSF와 같은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리차드 스톨만이 방한하여 기조 연설을 진행하였는데 그 내용은 GNU, 오픈소스에 대한 다소 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얘기로 진행 되었다.

꽉 막힌 귀지만 통역기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내용을 들으려 노력했는데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특히 MP3 공유를 막고자 혈안이 되어있는 음반시장에 대한 견해도 언급했었고 소프트웨어는 왜 공유될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한 얘기를 출판물의 발전 과정과 비교하면서 설명을 하였다.

유명인사의 강연을 직접 보게 되니 꽤나 상쾌하게 시작하는 하루였는데 그것은 세션이 끝난 뒤 쉬는 시간에 깨지고야 말았다. 세션에 대한 클로징 멘트도 하지 않은채 하얀 비닐봉지를 들고 세미나 장소를 나간 리차드 스톨만. 싸인을 받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고 나도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싸인을 받으려면 5천원씩을 내야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설마 기념품을 5천원에 판다는 얘기겠지. 그런데 몇 분을 기다려서 내 차례가 되어 리차드 스톨만 앞에 섰는데 정말 싸인을 해주지 않았다. 왜 모금함에 돈을 내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아. 황당함에 지난 몇 달동안 영어 학원 다닌 것은 어디가고.. '지갑을 컨퍼런스룸 안에 두고 나왔다'라고 얘길 했는데 결국 냉정하게도 싸인을 못 받았다. 돈을 가져와서 다시 줄을 서야 된단다. 웃으면서 싸인해줬다면 내 자리에서 지갑을 찾아와서 기꺼이 기금을 내고도 남았을 것이다.
싸인 받는데 5천원을 내야한다는게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돈이 얼마나 좋은 목적으로 사용되든 간에 이건 좀 아닌거 같다. 차라리 싸인회가 아니라 기념품을 판매한다면 좋지 않았을까. 5천원이라는 돈이 아무리 좋은 목적에 쓰인다 하더라도 이 정도가 되면 기부금이 아니라 자신의 싸인 자체를 상품화한게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물론 나는 GNU 선언문과 FSF, 오픈소스에 대한 그들의 고결한 사상을 이해할 정도로 깨어있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 어떤 영험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불과 방금 전까지도 커뮤니티와 공유를 얘기하던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행동이었다. 클로징 멘트도 하지 않고 황급히 나가서 유료 싸인회를 진행한 것은 문화적인 차이인지, 그 높은 뜻을 내가 이해하지 못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일은 없었던 일로 하고 싶다. 오늘 일이 있기 전에 내가 상상했던 IT 업계에서의 고귀한 성직자나 선구자와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는게 더 좋았을거 같다.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유형 350m!!  (2) 2006.12.15
11월 26일. 토익시험 후기  (0) 2006.11.26
11/2일자 전자신문  (0) 2006.11.03
Tistory로 이전 완료~  (1) 2006.10.16
하이서울마라톤 10Km 완주  (4) 2006.10.01
Posted by noenem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