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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월말부터 한달간 중국 상하이 출장을 다녀온 후기를 사보에 게재하기 위해 쓴 글입니다.

원문 : http://sabo.ahnlab.com/200605/ahn_04_03.shtml


중국 출장견문록
거대한 나라 중국. 한반도의 33배 크기라니 정말 땅이 넓기도 하다. 지도상에서 가까워 보이는 상하이와 베이징의 거리가 실제로는 1,000Km가 넘는다. 서울과 부산과의 거리가 430Km 정도인데 왕복거리보다 멀리 떨어져 있다니. 동서남북으로 넓게 펼쳐진 광활한 땅이지만 이 곳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사람들도 정말 많다. 상하이 푸동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 수속을 거치는 순간부터 14억 인구의 밀도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중국 인구가 한꺼번에 점프를 하면 지구 온도가 1도 상승한다느니, 지진이 발생할 것이다라는 등의 가설도 있지 않은가.

광활한 대지를 가득 메운 사람들

이 곳 사람들에게 형제관계가 어떻게 되냐고 묻는 것은 우문일 수 있다. 왜냐하면 중국에서는 늘어나는 인구로 인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 1975년부터 1가구당 1명의 자녀만 출산하도록 허용하는 인구 억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이냐 농촌지역이냐, 또는 한족인지 소수민족인지에 따라 예외가 적용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독자에 독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심각한 저출산 현상 떄문에 정부차원에서 출산을 장려하는 것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어릴 때부터 애지중지 외아들, 외동딸로 귀하게 자라다 보니 젊은 세대의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성향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고도 한다.

아무튼 공항에서부터 기차역, 버스 정류장, 지하철, 배, 문화유적지, 식당 모두 인산인해였다. 어딜 가더라도 사람이 너무 많더란 얘기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유유자적(悠悠自適)하게 살기는 힘들어 보인다. 공자나 맹자도 이런 인파에 시달렸다면 깨달음이 꽤나 늦었을 거다.

중국법인 ALC(AhnLab China)의 다국적 풍경

안랩은 회사이름이 알파벳 ‘A’로 시작되다 보니 사내에 A로 시작되는 약어들이 매우 많다. 제품 이름이나 프로젝트 이름들도 A로 시작하는 비슷비슷한 용어들이 많다 보니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정리된 약어 목록이 있을 정도다. 이는 글로벌 안랩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흔히 한국 본사는 ALK(AhnLab Korea), 일본 법인은 ALJ(AhnLab Japan), 중국 법인은 ALC(AhnLab China)라고 줄여서 부른다. ALC는 중국이 워낙 넓다 보니 몇 개 지역에 나뉘어져 사무실이 운영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 내가 출장을 간 곳은 상하이사무소였다.

상하이사무소의 문을 여는 순간 회사 로고 ‘Ahn’이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외지에서 같은 회사 이름으로 일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피부로 와 닿는 순간이다. 다른 국적을 가지고 있고 언어도 다르지만 같은 목표를 가지고 오늘을 달리는 한가족이다. 특이한 점은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이 곳 상하이사무소에서 다국적 기업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대화 중에 한국어, 중국어, 영어, 일본어 4개 언어가 사용된다는 것이다. 물론 주로 사용되는 언어는 한국어와 중국어이지만 서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때에는 영어나 일본어도 사용된다. 이 곳에 오래 있으면 4개 국어를 배울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봤다.

중국어엔 일자무식인 나도 머무르는 동안 몇 가지 중국어 표현을 익힐 수가 있었는데 가장 많이 유용한 것은 ‘팅부동 워쓰한궈런(못 알아들어요. 전 한국사람입니다.)’라는 말이었다. 같은 동양인이다 보니 거닐다 보면 중국어로 말을 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럴 때 주로 사용한다. 한국 사람이라고 굳이 밝히는 이유는 반일감정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 혹시라도 일본 사람으로 오해 받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한류열풍 덕에 한국사람에게는 조금이라도 더 친절하기 때문이다.

기술을 담는 스펀지, 정보 먹는 하마

이번 출장에서 중국 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도심을 가득 채운 높은 빌딩들이었다. 이번 출장까지 중국의 3대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를 모두 방문하게 되었는데 초고층 빌딩과 아파트들이 정말 많았다. 도곡동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시내 전체에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건물들은 밤이 되면 옷을 갈아 입고 오색 찬란한 네온사인과 조명으로 도시 전체를 물들인다. 특히 와이탄에서 바라본 푸동의 모습은 감탄사를 저절로 내게 만들었다. 적어도 외형적인 면에서는 서울보다 경제력이 더 높은 것 같다는 충격과 함께.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이 외국 우량 기업의 자본과 기술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을 습득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독자적인 기술로 첨단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는 예상은 이제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낮은 인건비와 정부의 외자유치 노력 덕에 많은 업체들이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였는데 이젠 어디를 가더라도 어떤 물품을 사더라도 대부분 ‘Made In China’이다. 중국 사람이 외국으로 여행가면 모두 중국산이라서 사 올 기념품이 없을 정도다.

지금은 일명 ‘짝퉁’, 즉 가짜 제품을 만들어내어 외국 기업들의 눈총을 사고 있지만 그 대상이 식품, 패션잡화에서 전자제품, 자동차 등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제품군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봐서 곧 모방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제품 생산 라인을 갖추고 전세계로 역습을 할 것이다. 중국은 지금 물을 잔뜩 머금은 스펀지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물 먹는 하마처럼 놀라운 속도로 기술과 정보를 흡수하고 있는데 그 깊이와 속은 어디까지일까?

한국의 과거와 미래를 보다.

중국에 머무르는 동안 가장 좋았던 점은 환율의 차이로 인해 얻을 수 있었던 삶의 풍요로움이었다. 물가가 저렴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제품을 구입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자장면을 단돈 500원이면 배부르게 사먹을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봐왔던 한국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지 않은가!

고도 성장을 거듭하던 80년대. 그 당시 우리나라의 경제는 값싼 노동력과 우수한 인적 자원을 기반으로 제조업 위주의 성장을 하였다. 최근 반세기 동안 눈부신 성장을 거듭한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개발도상국들의 벤치마킹의 모델이 될 정도로 발전했다. 좁은 국토와 분단 국가, 자원 부족 국가라는 그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자랑하면서 첨단 IT 국가로서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개발 위주의 정책은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필요악인지 중국은 높은 성장을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해지고 도심으로의 인구 집중 현상, 물가 상승, 환경 오염 등의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날 우리나라의 개발 위주의 성장정책에서 파생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은 지금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중국에도 그런 날이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경제력에 버금가는 국민들의 문화수준을 높이는 것은 또 얼마나 어려운가. 86 아시안게임, 88 올림픽을 거쳐 2002년 월드컵에 이르기까지 매스컴을 가득 메웠던 공익광고가 기억난다. 기초질서와 교통질서를 확립하고, 경범죄를 줄여서 지금의 깨끗한 거리를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던가. 2008년 북경 올림픽 준비로 분주한 중국은 무질서함, 환경문제, 가격이 천차만별인 유통구조, 모조 제품의 범람, 빈부격차, 민족간의 갈등 등 산재해 있는 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 곳에서 배울 점은 다양성에 있다. 지리적으로 삼면이 바다이고 대륙으로 연결된 북한과는 분단된 상태에 있다. 거기다가 단일 민족 국가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자라온 우리들은 지리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매우 단절된 상태에 있었다. 물론 그것이 옳고 그름을 논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성을 인정하는데 인색하다는 것은 국제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분명 마이너스 요인이다. 넓은 땅에 50여 개 민족이 정착하면서 그리고 아편전쟁으로 비롯된 문호개방의 아픔을 겪으면서 중국인들은 이미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뿌리깊게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2002년 월드컵 이후 세계인에게 역동적인 붉은색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건만 실제로 다른 국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대하는 데에는 아직 어색하기만 하다. 그러나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음을,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보다 여유 있게 그리고 여유있게 그들을 맞이할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임을 확신한다.

필승 코리아!

한국에 돌아오니 서울의 공기가 매우 맑게 느껴진다. 출근길 한강 위로 반짝이는 햇살이 너무도 아름답다.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한 서울은 노란 개나리꽃과 하얀 벚꽃들로 아름답게 물들어 있다. 맘껏 숨쉴 수 있을 때에는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이 고국을 떠나서야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느끼고 한국땅이 무척 그리워지더라.

오랜만에 보는 한국 TV 프로그램들이 너무 재미있다. 특히나 TV 광고는 월드컵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내가 안철수연구소에 입사했던 2002년 6월은 월드컵의 열기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였다. 4년이 지난 지금 다시 역동적인 한국의 모습을 보고 싶다. 광화문에 나가 맘껏 태극기를 휘날리고 싶다. 필승 코리아!

Posted by noen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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