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류'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6.12.13 69 / 무라카미 류 4

69 / 무라카미 류

Reading 2006. 12. 13. 00:20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난 주말.
오래 간만에 따뜻한 남쪽 나라, 고향인 부산으로 가기위해 KTX 기차에 올랐다.
KTX 기차가 처음엔 자리도 좁고 불편한게 잠도 잘 오지 않고 비싸기만 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래도 3시간만에 부산까지 달려주니 피곤하지 않아서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출발해서 도착하기까지 누구한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이 보장이 된다.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것이다.

자리를 잡고 얼마전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은 무라카미 류의 '식스티나인(69)' 책을 펼쳤다.

다소 원색적인 제목을 내건 이 책은 사실 작가인 무라카미 류의 고등학교 시절 얘기를 다룬 자서전 형식의 청춘 소설이다. 그리고 그 배경이 1969년이기 때문에 제목을 '69'라고 지은 것이다.
1969년이면 내가 태어나기 전이지만, 내가 기억하는 1969년은 비틀즈 앨범 중에서도 명반으로 손꼽히는 'Abbey Road' 앨범이 발매된 해이다.

책을 펴자마자 고등학교 락밴드에서 드럼을 맡고 있는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이 펼쳐가는 얘기들에 푹 빠져 들었다. 더군다나 책을 읽는 동안 MP3 플레이어로 들은 Klaatu의 Hope 앨범은 70년대의 음악으로 그야말로 배경음악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누가 읽어도 재미있을 이 책이 더욱 나에게 유쾌하고 상쾌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본인의 고교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억지로 소설의 주인공과 나의 학창시절을 연관지으려 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만큼이나 음악 매니아였고, 친구랑 만든 아마추어 밴드의 기타리스트였으며, 또한 문예부와 학생회 활동으로 당시 나이에 맞지 않게 멋도 모른채 유물론을 개똥철학처럼 떠들고 다녔던 것이 매우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책에서 큰 줄기를 형성하는 2가지 큰 사건인 학교 바리케이트 점령과 페스티벌 개최는 우연히도 학생회 시절 학교측 몰래 불꺼진 학생회실에서 은밀히 가졌던 집회와 학예전 준비로 2달여 시간을 투자했던 때의 기억을 되살리게 했다.

직장인으로서 바쁘게 살아가는 지금.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는 고교시절의 추억들을 다시 떠오르게 해 준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인 무라카미 류만큼 파란만장한 학창 시절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스스로 평가를 내렸다. 그 경험들은 앞으로도 남은 삶을 살아가는데 밑거름으로서 훌륭한 역할을 해낼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낮에는 학교, 밤에는 학원 생활을 하느라 자신과 사회, 인생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볼 여유조차 없이 시험에만 매달려 있는 지금의 학생들이 조금은 안쓰럽게 느껴진다. 재밌게 살지 않는 것은 삶에 대한 죄라는 작가의 말에 박수를 치면서 동의하는 바이다.


'Read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월의 책들  (2) 2006.12.08
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0) 2006.11.17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공지영  (0) 2006.09.21
초콜릿 / 공병호  (0) 2006.09.05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 공지영  (0) 2006.08.24
Posted by noenem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