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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 만 삼천 원

BlahBlah 2006. 6. 16. 10:46

회사 동료가 메일로 보내온 글이다.
마침 오늘은 누나 동생으로 지내는 지인의 결혼식인데..
이 글 읽으니 참 숙연해진다.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은
누군가에게는 한 끼 밥 값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피와 땀으로 얻는 노력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도박장에서 가볍게 던져지는 칩 하나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명절날 세배 한 번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동일한 대상이 서로 다른 가치와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그늘이구나..

"축의금 만 삼천원"

10년 전, 나의 결혼식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예식장 로비에 서서 형주를 찾았지만 끝끝내 형주는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급히 올라왔다.

“고속도로가 막혀서 여덟 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어쩌나, 예식이 다 끝나 버렸네.......”

친구 아내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석민이 아빠가 이 편지 전해드리라고 했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아가는 잠들어 있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담아 보낸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이기에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 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 원이다.
하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너와 함께 했던 시절이 내겐 있었으니까.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기쁘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친구여, 오늘은 너의 날이다.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 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형주가”

편지와 함께 들어 있던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 장.......

뇌성마비로 몸이 불편한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할 텐데.......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 봐 나는 이를 굳게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나는 울어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

- 이철환 산문집 <곰보빵>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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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oen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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